기타보험뉴스2007.08.13 15:09
[주간조선]1689호 2002년 1월 31일

도로교통안전관리기금 분담금 1118억원 환급 소식
공고 내도 잠잠하다 인터넷에 경험담 오르자 '신청 폭주'

"인터넷이 무섭다.”

한국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직원들은 1월 중순 무렵부터 자기 업무를 포기하고 전화기에 매달려야 했다. 전화 수화기마다 ‘돈을 돌려 달라’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또 공단 인터넷 사이트(www.rtsa.or.kr)도 비슷한 시기부터 접속 불능 상태다. 사람들이 사이트에 접수, 등록해 돈을 돌려 받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연말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그동안 운전면허증 소지자와 자가용 차량 소유자에게 거두어 온 도로교통안전관리기금 분담금 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새 법령은 올 1월 1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문제는 기금을 관리하는 도로교통안전공단이 면허증을 발급·교부하거나 차량을 검사할 때 미리 분담금을 거뒀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 돈을 돌려 받아야 할 사람 숫자가 2800만명에 달한다. 대한민국 성인 국민이라면 대부분 나라에서 돈을 돌려 받아야 하는 셈이다.

경찰청 산하 기관인 공단은 지난 12월 31일 중앙일보와 한국경제신문에 분담금을 환급한다는 공고를 냈다. 신청자에 한해 돈을 돌려 준다는 내용으로 전국 14개 지역별로 문의 신청 전화 번호가 들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 1월 중순까지 신청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사람들이 신문에 난 공고를 그다지 주의깊게 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1월 중순 실제로 돈을 돌려 받은 네티즌들이 자기 경험담을 인터넷에 올린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갑자기 전화가 폭주하고, 공단 사이트는 몰려 오는 사람들 때문에 작동 불능 상태다. 공단측은 그러나 알려진 내용이 정확하지 않아 일일이 다시 설명해야 한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2만원을 돌려 받는다고 알고 있지만 금액은 개인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공단측은 운전면허증을 발급할 때 다음 적성검사 기간을 기준으로 한달에 50원씩을 기금 분담금으로 미리 받아 두었다. 그러나 개정안을 적용하는 것은 올 1월부터다. 과거에 낸 분담금은 돌려 받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운전면허 적성검사 기간이 올 4월부터 시작한다면 3개월치(1·2·3월) 150원을 돌려 받을 수 있다.

또 자가용 자동차 소지자는 매달 4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리 내놓았다. 이것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계산이 가능하다. 검사를 다시 받을 시간을 기준으로 그 달까지 미리 내놓은 돈을 돌려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공단이 국민들에게 돌려 주어야 할 돈은 약 1118억원이다. 최저 50원(차가 없고 올 2월 적성검사를 받는 사람)에서 최고 2만2950원까지 환급받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1인당 평균 환급액은 3800원 정도.

■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사이트 마비

그러나 네티즌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 사건의 발단은 한 자동차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낸 메일이다. 자동차 보험 사이트인 인슈넷(www. insunet.co.kr)은 1월 10일 분담금 환급을 알리는 메일을 고객에게 보냈다. 인슈넷은 공단이 공고한 내용을 그대로 메일로 작성해 보낸 것. 공고는 공단 사이트에서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었다.

그러나 사이트에 들어가 본 네티즌들은 화가 났다. 사이트는 환급 신청 대상자를 운전면허 말소자와 취소자로 못박아 놓고 있었다. 법 개정 전에도 말소자와 취소자는 분담금을 반납받을 수 있었다. 공단은 1월 2일부터 사이트에서 환급 신청이 가능하다고 공고하고도 이달 중순까지 사이트를 손보지 않았던 것이다. 메일 내용을 믿고 주변에 알린 일부 네티즌들은 친지들로부터 불평을 들어야 했다. 이때부터 공단으로 문의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인슈넷 송영혜 이마케팅팀 주임은 “메일에 공단 전화번호를 적어 보냈지만 인슈넷으로도 문의 전화가 100여통이나 걸려 왔다”고 말했다.

공단과 인슈넷에서 사실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분담금 환급을 알리는 메일을 사방으로 뿌리기 시작했다. 또 각종 채팅 프로그램도 소식을 알리는 도구 역할을 했다. 메신저로 내용을 전달받았다는 한 모씨(33)는 “이야기를 듣고 회사 직원 모두에게 메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과장이 생겼다. 예를 들어 2만원을 돌려받은 사람이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면 모두 2만원을 돌려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또 최초에 기분 나쁜 경험을 한 네티즌들이 공단을 좋게 표현하지 않았다. 전달 과정에서 “알려주지 않았다”, “국민의 돈을 함부로 취급한다”는 이야기가 붙기 시작했다. 평소 정부 조세정책에 대한 불신이 네티즌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만들었다. 한 네티즌(아이디 푸헬헬헬)은 분담금 환급과 관련, 다음 인터넷 카페(cafe.daum.net)에 “악착같이 세금 뺏어가던 자들이니, 악착같이 돌려받읍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공단측 담장자인 기획실 예산과 황강주씨는 “1월 14일 무렵부터 사이트에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람들이 몰려 지금도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단 본부와 73개 지부가 쏟아지는 전화로 업무 마비 상태”라고 덧붙였다. 1월 17일까지 신청자 숫자는 7만명 정도. 2800만명이 반환 신청을 한다고 가정하면 공단은 한동안 정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공단은 부랴부랴 사이트용 서버 컴퓨터 교체 준비 작업에 나섰다.

백강녕 주간조선 기자

Posted by 플러스펜